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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나라 사랑의 혼(魂)이 담긴 땀 흘리는 표충비각

 

밀양에는 나라에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후에 표면에 땀방울이 맺혀서 마치 구슬처럼 흐르는 비석이 있다. ‘비석에 흐르는 땀방울?!’ 이 믿기지 않은 현상이 과연 가능하긴 한 걸까 싶지만, 오랫동안 그 땀방울을 지켜본 사람들은 나라와 겨레를 근심하는 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사명대사의 표충비각(表忠碑閣)이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된 표충비각은 영조 18(1942)에 건립됐다. 임진왜란 때 국난을 극복한 사명대사의 높은 뜻을 새겨놨다. 현재 밀양시 무안면 무안초등학교 인근 홍제사 경내에 자리해 있는데, 주택가에 인접해 있어서 무심코 지나가면 이곳이 밀양의 3대 신비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표충비각은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리는 비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재난이나 전쟁 등 변란의 징후가 있을 때 비면에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혀서 흘러내린다. 이것을 두고 사람들은 사명대사가 나라와 겨레를 염려해서 나타나는 신령한 현상이라고 믿고 있다.

표충비각에는 1894년부터 2011년까지 땀 흘린 역사를 기록한 야외전시물도 전시돼 있다. 19458·15해방 3일 전, 19506·25 전쟁 2일 전, 19615·16군사정변 5일 전,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5일 전, 세월호 사건 2일 전에도 물방울이 맺혀 흘러내렸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특히 세월호 사건 때,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방송을 보며 안타깝고 속상해 했는데, 이마저 표충비각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왠지 비석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처음부터 눈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99611월 이후에는 정치적, 종교적 문제로 내용을 생략하고 날짜와 시간, 땀 흘린 양만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표충비가 세워져 있는 경내에는 특이한 모양의 향나무도 한 그루 서 있다. 가지가 팔방으로 뻗도록 옆 가지를 가꿔 만든 큰 원 모양인데, 그냥 보아도 보통의 향나무와는 다른 모습이다. 표충비도, 향나무도 평범하지 않은 기운이 물씬 풍긴다.

만약 표충비의 땀방울이 궁금해 이곳을 방문했다면 10분 거리에 있는 사명대사유적지도
방문해 보면 좋겠다
. 사명대사의 호국정신과 애민 애족의 숭고한 얼을 기리기 위해 49146면적에 사명대사 동상과 사명대사 기념관, 추모공원, 기념비가 잘 조성돼 있다. 숲과 큰 연못도 있어서 가족 나들이하기에도 좋다. 특히 연꽃 타워 놀이기구가 설치된 놀이터는 밀양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놀이터라는 입소문으로 방문객이 많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나라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은 누구나 매한가지일터. 사명대사의 우국충정이 깃들어 있는 밀양시 무안면 땀 흘리는 표충비각과 사명대사 유적지를 찾아 국가와 백성을 구한 사명대사의 마음을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겠지 싶다.


 

이용호 명예기자(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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