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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우리 누나를 소개합니다

 


 

마흔여섯 평범한 주부. 2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IMF로 잃고 구직사이트를 전전하며 재취업을 준비하는 큰누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기만 하다. 큰누나는 아버지 없는 집안 장녀로 어려서부터 책임감이 강했다. 그 책임감은 고등학교 진학 앞에서 누나 발목을 잡았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은행에 취업해 집안에 보탬이 되겠다는 다짐을 홀로 했었던 거다.

누나는 전라북도 진안군 한 시골 학교를 다니다가 중학교 2학년 때 경남 김해시로 전학을 갔다. 그런데도 학업성적은 뒤처지지 않았다. 충분히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 만한 성적이었지만 누나는 꿈 대신 가족을 선택했다. 악착같이 공부해서 수십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고 시험을 볼 때마다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누나의 사회생활은 3학년 2학기 때 은행으로 취업을 나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마음속에 늘 대학진학을 품고 지냈던 터라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서너 번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번번이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있는 힘을 다해 버티고 달려온 누나에게는 꿈을 향해 달려갈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내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실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했던 그 당시의 누나를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직장을 구하려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누나를 생각한다. ‘내가 만약 누나와 같은 상황이었더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운명이었다고 해도 아마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 같다.

누나가 걸어온 길, 살아온 인생이 어떠했는지, 일에 대한 성실함과 강한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는 옆에서 계속 지켜봐 왔던 내가 산 증인이다. 앞으로 나이와 학력이 걸림돌이 되지 않고 풍부한 사회 경험과 긴 세월 직장인으로서 쌓은 전문성이 꼭 취업전선에서 도드라져 보였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누나 가정의 안녕과 누나 삶의 형통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한다.

 

이승원(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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