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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단체

[사람&단체]“오라이!”를 아십니까?

돌아온 버스 도우미
작성2019년 11월[Vol.80] 조회31

 

적어도 80년대 초까지는 버스 하면 콩나물시루가 떠올랐다. 출입문 난간에 매달려 버스 몸통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오라이를 외치던 차장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次長인지 車長인지 헷갈린다. 어쨌거나 그 힘센(?) 차장 덕분에 지각을 면했고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2019! 그 오라이의 주인공이 돌아왔다. 경남 합천 장날에 모습을 드러낸 버스 도우미 김영애(49) 씨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안내양 NO! 버스 도우미 YES!

합천군 초계 장날, 아침 일찍부터 버스 정류장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합천군 조끼를 입은 한 여성(?)이 어르신들의 승차를 돕는다.

어르신, 천천히 올라가세요. 버스요금은 저한테 주시고,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라며 친절하게 안내한다. 어르신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돕는 그녀는 바로 버스 도우미 김영애 씨. ‘친절한 영애 씨라 불리며 합천 장날 버스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그녀가 웃으며 본인을 소개한다.

버스 도우미 김영애입니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돕고, 무거운 짐을 버스에 실어주고, 몸이 불편한 분들의 차비도 받아서 넣어줍니다.”

합천군에서 운영하는 장날 버스 도우미 제도로 어르신들을 위한 제도이다. 합천군은 전체 인구 중 37%65세 이상 노인분이다. 이에 버스 노선이 없는 오지 마을 주민들이 합천·초계·삼가 장날에 버스를 이용하고,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버스 도우미가 함께한다.

   


장날 버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취재 당일은 5, 10일에 열리는 초계 장날, 초계장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만석. 버스가 장터에 다다르자 버스 도우미의 활약이 시작된다.

할머니, 버스가 멈출 때까지 앉아 계세요. 운행 중일 때는 위험하니 완전히 멈출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김 씨의 말에 의자에서 일어서던 할머니들이 다시 앉으신다. 이어 버스가 초계장에 도착하자 안전한 승하차 도움부터 무거운 짐 옮겨 드리기, 자리 안내하기, 차비 건네주기까지 빠른 상황 판단으로 버스 안을 정리한다.

시장에서 머리를 예쁘게 자른 자계순(86) 할머니는 합천 할머니, 할아버지는 좋죠. 장 봐서 무거운 거, 들고 내리지도 못하는데 도와주니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장날에 이렇게 마을까지 버스가 오니 머리도 하러 나오고. 참 좋아요라는 말에 옆에 계시던 김복순(83) 할머니는 옛날에는 버스 안내양 있었을 때 오라이~ 외치면서 차비도 받고, 버스 안에 사람들이 많아서 타기 힘들면 떠밀고 그랬지요. 버스 도우미 보니깐 옛 생각도 나네요라며 웃으며 말한다.

김 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어르신들이 버스기사와 부부로 착각하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자신을 반기며,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셔 도리어 자신의 마음까지 훈훈해진다고 한다.

또한 김 씨의 파트너인 버스 운전자 이종재(47) 씨는 어르신들이 상상 이상으로 좋아하세요. 기사 입장에서도 버스 운행 중에 승객들을 세세하게 신경 쓸 수 없는데, 그런 부분을 맡아주니 큰 도움이 되죠라며 동료인 도우미의 역할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합천군에 버스 도우미가 생긴 지 석 달째. 어르신들의 호응이 워낙 좋아 합천군은 올 연말까지 운영 예정이었던 버스 도우미 제도를 내년에도 할 계획이다.

버스 출발과 함께 어르신들의 푸짐한 수다가 오가는 합천 농촌 버스 안. 어르신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도와주는 버스 도우미 영애 씨의 내일을 응원한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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