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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탐방

[체험&탐방]함양 서하초의 기적!

학교가 살면 농촌이 살아납니다
작성2020년 04월[Vol.85] 조회507

 

 

코로나19로 문을 연 돌봄 교실에 아이들이 몰렸다. “하나, , 열하나, 열둘어라! 전교생이래야 10명뿐이던 지리산 산골학교 돌봄 교실에 학생이 15명이나 됐다. 거제에서 전학 온 우혁(6학년)이는 벌써 학교 체육관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교장선생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분교로 전락할 위기였던 함양 서하초등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재학생보다 많은 전학생 분교 위기 대탈출

삼삼오오 퍼즐을 맞추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6학년과 반을 합쳐야 했던 승혁(4학년)이도 신이 났다.

방학 사이에 새 친구들이 많이 왔어요.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요.”

겨울방학 이전만 해도 서하초는 침울했다. 6학년이 졸업하면서 전교생은 10명으로 줄었다. 1학년과 3학년은 한 명도 없고, 6학년(1)4학년(2)은 반을 합쳐야 할 형편이었다. 이렇게 전 학년이 3반으로 줄면서 학교는 분교로 떨어질 처지였다. 개교 90년 만에 겪는 수모였다.

지난 2015년 부임한 신귀자(59) 교장은 학교 살리기에 전력을 쏟았다. 그 결과 ‘2017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정됐다.

그러나 정말 단 한 명도 전학 오지 않았어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지난 2월 서하초등학교에 학생 15명이 전학을 왔다. 재학생보다 더 많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전 학년이 한 반씩 차고도 남는 분교 위기 대탈출, 서하초의 기적!(36p 도표 참조) 세 살짜리 등 미취학 아이 세 명은 지리산 산골마을에 덤으로 안겨진 선물이었다.

 

전학 오면 집을 드립니다파격 공약

서하초등학교로 전학 오면 집과 일자리를 드립니다.”

학교와 동창회, 지역사회와 교육청이 합세한 학생모심위원회1호 공약은 그 자체가 파격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구체적인 공약을 준비했다. 전학생 가족에게 연 관리비 200만 원만 내면 집을 제공한다. 학부모에게는 일자리를 알선한다. 학생들에게는 특성화 교육과 매년 해외 어학연수와 장학금을 약속했다. 학교 살리기 기금 1억 원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초기 종잣돈 3천만 원이 빠른 시간에 모이면서 탄력이 붙었다.

장원(64) 학생모심위원장도 지역사회의 호응에 감동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죠. 함양군에서 빈집 수리비를 지원하고, 지역 기업체에서 일자리를 제공했습니다. 총동창회와 학부모, 지역 출신 기업인들이 모은 기금으로 해외어학연수비용과 장학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내실 있는 교육과정으로 승부를 걸었다. 영어 수업을 담당할 원어민 선생과 진로교육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외부 전문가도 구성했다. 연극과 미술, 창의놀이, 풋살 등 방과후학교 무료 운영, 오후 430분까지 돌봄 등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일 공약들을 차곡차곡 쌓아 갔다.

드디어 지난해 1219아이좋아 아이토피아 서하만들기를 내건 학생모심 전국 설명회를 시작했다.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전국에서 75가구 144명이 전학을 오겠다며 신청서를 냈다. 분교를 걱정하던 서하초가 엉뚱한 고민에 빠졌다. 골라서 전학생을 받는 행복한 고민의 시작이었다. 그야말로 대반전, 역전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신 교장은 “1호 공약인 살림집이 다섯 채뿐이어서 5가정만 선정했어요. 다자녀 가정, 1·3학년 학생이 있는 가정, 2020년도 학급편성 이전에 이사 올 수 있는 가정 순이었죠라며 다 받아주지 못한 미안함을 나타냈다.

이후 2가정이 스스로 집을 구해 이사를 왔다. 이렇게 해서 7가정, 15명이 시골학교로 전학 오는 즐거운 반란(?)을 일궈냈다.

 

학교에 반했다천안에서 온 가족

경남 함양군 서하면 송계마을 서하초등학교 앞 빈집에 다섯 식구가 이사를 왔다. 마을주민까지 나서 새집으로 고친 뒤였다. 천안에서 세 아이를 키우던 정철현(39)·김소영(39) 씨 가정이다. 정 씨 부부는 첫째 연준(3학년), 둘째 소진(1학년), 막내 우석(5) 세 남매를 시골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만 하는 것보다 아이는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하고 싶은 걸 맘껏 해야 한다는 게 저희 부부의 생각이었죠.”

천안에서 시골학교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끌리는 곳이 없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교육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 전국 설명회는 이들 부부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 었다.

우선 동네가 너무 예뻐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들도 함께 들었죠. 특화된 영어교육과 생태체험활동, 해외 어학연수까지. 무엇보다 집을 지원해 줘서 바로 결정했어요.”정 씨는 지금도 평택의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부부로 지내지만 함양 이사를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동창회 등에서 기탁한 장학금도 받을 예정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사만 왔을 뿐인데, 학교 장학금까지 받게 됐어요.”

 

서하초의 기적 작은 학교 살리기의 모델

서하초의 기적은 작은 학교 살리기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안주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공약 이행이라는 실천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 교장은 아이토피아 공약들을 하나씩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부모 여섯 분에게 일자리를 알선했습니다. 올해 어학연수는 10월쯤 말레이시아로 전교생이 떠납니다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직장은 농원과 식당, 공공근로, 에디슨모터스() 등으로 파악됐다. 취업 절차를 밟고 있는 학부모도 있다. 뜻밖의 기쁜 소식도 들려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임대주택 건립을 확정한 것이다.

장 위원장은 “LH가 얼마 전 서하면을 다녀갔고 임대주택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더불어 문화센터도 함께 짓는 방안도 찾겠다고 했습니다며 흥겨워했다.

 

학교를 살리면 농촌이 삽니다

학교를 살리면 농촌이 삽니다. 우리 학교가 새로운 농촌 살리기 모델이 될 겁니다.”

그의 말처럼 학교가 바뀌면서 지역이 살아나고 있다. 학교 주변 마을에 전입 인구만 38명으로 늘었다. 서하초 전학을 신청했다 탈락한 2가정 다섯 식구는 이웃 금반초로 전학갔다. 서하초로 옮겨온 가정들의 옛 거주지는 서울, 천안, 양산, 김해, 거제 등 그야말로 전국구다. 장 위원장은 다른 지역의 인구를 뺏어오지 않고 젊은 부부의 자발적인 유입이 낳은 결과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아이

낳기 좋은 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와 교육청, 지역민과 함양군, 향토기업과 동창회. 모두 작은 학교 살리기에 힘을 모았다. 누군가는 한 해 반짝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백년대계를 향한 간절한 마음은 통했고, 기적은 일어났다. 지리산 산골마을 서하초등학교 25명 아이들을 응원한다. 그들의 까르르웃음소리가 작은 학교도 살아날 수 있다는 이 시대의 알람 소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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