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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교류

[기사교류]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8월의 꽃 무궁화

 

무궁화는 왜 국화(國花)로 대우할까?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기를 거듭한다. 여름에만 한 그루에서 수백 송이, 많으면 무려 3000송이가 넘는 꽃을 피운다. 무궁무진, 끝모르게 피어나는 ‘무궁화(無窮花)’임을 실감나게 한다. 그래서 무궁화는 단순한 여름꽃이 아니라 5천 년의 긴 역사와 배달민족의 상징이 되었다.

무궁화는 언제부터 국화(國花)가 되었을까? 태극기나 애국가와 달리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규정한 법령은 없다. 대신 무궁화의 역사성이 사실상 나라꽃이 된 배경이다. 1910년 국권 상실과 함께 무궁화는 민족정신의 상징이 됐다. 상해임시정부가 발행한 대한독립선언서 상단에 태극기와 무궁화가 들어갔다. 일제강점기 독립지사들은 민족혼을 일깨우고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표상으로 무궁화를 사용했다. 해방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국화가 되었다. 무궁화는 우리의 끈기 어린 민족성과도 잘 어울린다.

8월 8일은 2007년부터 민간단체의 주도로 제정한 ‘무궁화의 날’이다. 옆으로 누운 8자가 무한대(∞), 무궁(無窮)을 상징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화(國花)의 법제화가 진행 중이다.

 


7~9월에 개화, 150종 넘어

무궁화는 등록된 품종만 150가지가 넘는다. 크게 3개 계통으로 분류하는데 이름도 나라꽃답다. 중심부에 붉은색이 들어있는 단심계, 순백색의 배달계, 흰 꽃잎에 붉은 무늬가 있는 아사달계로 분류한다. 무궁화는 낙엽 관목으로 2~5m 높이로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로 나며, 길이 3~6㎝의 마름모꼴 난형으로 3개로 갈라지고 끝은 뾰족하다. 가장자리에는 거친 톱니가 있고 길이 1~1.5㎝의 잎자루가 있다.

꽃은 7~9월에 새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한 개씩 피는데,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지름 5~10㎝의 넓은 종 모양을 하고 꽃잎은 5개, 꽃받침도 5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수술통은 길이 3㎝에 여러 개의 수술이 붙어 있고, 암술대는 수술통을 뚫고 나오며 암술머리는 끝이 5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로 길이 2㎝ 정도로 둥글고 10~11월에 익는다. 종자는 황갈색으로 털이 붙어 있다. 증식은 파종, 접붙이기, 삽목으로 하며 비교적 잘 산다.

 

신에게 바치는 꽃 ‘샤론의 장미’

학명은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이다. 속명 ‘히비스쿠스(Hibiscus)’는 고대 이집트 신 이름 ‘히비스’와 그리스어 ‘이스코’의 복합어이다. 히비스는 이집트의 가장 아름다운 신이다.

즉 무궁화는 신의 아름다움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라는 의미다. 종소명 ‘시리아쿠스(syriacus)’는 중동의 시리아 지역을 말한다. 우리나라 꽃을 두고 세계가 공인하는 학명이 먼 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못내 아쉽다.

영어로도 무궁화는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라 해서 성스럽게 여긴다. ‘샤론’은 이스라엘 가나안 지방의 지명으로, 성서에서 ‘성스러운 땅’을 말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으로 구약성경은 말하고 있다. 서양사람들은 무궁화를 ‘신에게 바치고 싶은 꽃’으로 보는 것이다.

 

히비스커스는 ‘치유 꽃’ 무궁화 사촌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Carl von Linne)가 시리아에서 무궁화를 발견했다. 그가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라는 학명을 붙이기 이전에 그리스의 무궁화와 거의 비슷한 ‘알데인(Althein)’을 알고 있었다. ‘알데인’은 그리스어로 ‘치유하다’는 뜻이다.

아욱과인 무궁화는 약효가 있다. 꽃과 잎, 뿌리 등은 청혈, 해독, 피부질환에 좋고 편두통 진정 효과도 있다. 요즘 매스컴에 건강보조식품으로 신장의 노폐물과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각광받고 있는 히비스커스는 무궁화와 사촌인 셈이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뿌리껍질을 ‘목근피’라 하여 항균작용, 치질, 무좀과 불면증상에 쓴다.

최근 무궁화에서 추출한 시리아쿠신(syriacusin)성분은 피부 노화 억제 효과가 있으며 특히 흰 무궁화의 시리아쿠신에는 골다공증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의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경남수목원에 2000 그루, 광복절 묘목 배부

밀양시 교동 아리랑대공원 충혼탑에서는 ‘나라꽃 무궁화축제’ 행사가 해마다 8월에 열린다. 진주의 경남수목원에서는 광복절 맞이 무궁화 전시회, 무궁화 묘목 나눠주기 행사를 연다. 특히 수목원 무궁화공원에는 2000여 그루의 무궁화가 화려함과 수려함을 자랑한다. 인근 무궁화홍보관에서는 무궁화에 대한 다양한 체험활동과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520호로 지정된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 무궁화는 수령 100년이 넘고 꽃이 홍단심계로 순수 재래종의 원형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천연기념물 제521호)는 키가 7m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

 

무궁화 문양에 암술머리 없어 아쉬워

무궁화는 태극기 깃대의 깃봉,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표장, 국회의 상징을 비롯해 훈장과 문서 등 나라를 대표하는 휘장, 문양으로 다채롭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 대통령의 상징 문양에는 암술대와 수술은 있는데 5개의 암술머리가 없다. 이는 입법, 사법, 행정부의 무궁화 문양도 마찬가지다. 식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꽃으로, 꽃의 암술머리는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앞으로 무궁화 도안을 제작할 때 암술머리가 반드시 들어갔으면 좋겠다.

 

글·사진 나영학 한반도식물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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