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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슈]3인 3색 젠더특강

성인지 감수성 토크 콘서트

 

 

 

2017년 미투(#Me TOO)운동으로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은 성인지 감수성을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시켰다. 최근까지 이어지는 사회 저명인사들의 성폭력(의혹) 사건까지 겹치면서 성인지 감수성은 더 주목받고 있다. ‘성적 괴롭힘을 최초로 법제화한 미국의 캐서린 맥키넌(Catharine Mackinnon) 교수는 이제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한국이 너무 늦었다고 말한다. 최근 경남도가 주관한 성인지 감수성 토크 콘서트를 요약했다.

 

 

특강 하나 /

문학에서의 젠더, “함께 살자

33, 젠더특강은 고려대 정창권 교수가 먼저 시작했다. 문학에서 젠더를 살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가부장제도는 150년 정도 됐다. 조선 후기에 시작됐고,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고착화됐다. 현모양처의 개념도 이때 들어왔다. 조선 중기 이전에는 남자, 여자 구분이 없었고 장애, 비장애도 따지지 않았다라며 조선시대 문학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조선 후기 수많은 한글소설 가운데 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을 소개했다. 정 씨 가문의 4대에 걸친 이야기로, 입신출세(立身出世)와 가정적 비극, 궁중에서 벌어지는 음모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뤄 요즘 드라마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조선시대 여인상은 참하고 조신한 게 아니라 한마디로 세다. 자기 욕망에 충실했다사람으로서의 여성을 강조했다.

조선시대 남자들의 풍부한 성인지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소개됐다. 그가 첫 번째 예로 든 작품은 나신걸의 한글편지. “1490년대로 추정되는 이 편지는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역을 할 때 충청도에 두고 온 아내 신창 맹 씨에게 보낸 편지다. 나신걸은 본인이 해오던 집안일을 아내에게 인수인계하는 내용이 있고, 아내가 고생할 것을 염려해 농사를 짓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조선시대 남자의 감정표현은 풍부했고, 아내 사랑이 절절히 묻어나는 편지라고 설명했다.

연암 박지원의 숨겨진 이야기도 소개했다. “실학자이자 소설가였던 이분의 실제 삶은 어땠을까? 위엄 있고 보수적이었을까? 완전히 반대다. 우리나라에서 다정한 아버지의 대표적인 분이시다라고 설명했다. 박지원은 아내를 잃은 후 자식들을 혼자 키웠고, 손주들의 뒷바라지까지 감당했다. 손수 음식을 만들고, 자녀 교육도 솔선수범하며 강요하거나 위협하지 않았다 한다.

정 교수는 이처럼 문학은 그 시대의 삶을 이해하는 잣대가 된다문학을 통해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할까?”라며 성폭력으로 얼룩진 이 시대에 화두를 던졌다.

그는 우리가 장애와 비장애를 따지지 않듯이 남자와 여자를 따질 필요가 없다. 서로가 행복해지려면 너와 나의 역할로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가는 길이 가장 행복한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특강 둘
/

미술에서의 젠더, “여성을 이야기하다

이충열 작가(현대미술)는 미술사를 통해 성인지 감수성을 조명했다.

그는 여성주의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했다. “여성주의를 여성 우월주의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지금까지 권력을 가진 소수의 남성들이 기준을 만들었다는 역사관과는 달리, 모든 사람들이 차별과 혐오 없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여성주의라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같은 소재가 작가의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표현되는지를 사례로 설명했다. 천주교의 구약성경 유딧기에는 여성 유디트(Judith)가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막사에 들어가 술에 취해 잠든 그의 목을 잘라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영웅담이 있다고 소개했다.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유디트의 스토리가 작가에 따라 반전을 거듭한다.

이 작가는 먼저 1726년 반다이크가 그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에서 그녀는 멍하고 맹하게 표현됐다라고 했다. 실제로 그림 중앙에는 그녀의 가슴을 노출시켰고, 홀로페르네스의 목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반다이크는 유디트를 민족의 영웅이 아닌 단지 미인계로 적장을 유혹해 운 좋게 목을 벤 정도로 격하시켰다.

반면 1620년 여성 작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유디트가 얼마나 단호했을까를 생각하며 확신과 의지를 가지고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이렇듯 같은 이야기지만 여성과 남성의 시선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표현되었다. 우리나라 논개의 사례와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또 여성의 누드화도 육감적으로 그린 작품과 있는 그대로를 그린 작품으로 구분되는 등 작가의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다른 작품으로 표현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술사와 현대미술을 통해 작가의 의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입장도 배려하고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강 셋 /

음악에서의 젠더,

음악의 아버지 vs 어머니 모두 왜곡됐다

홍금단 뮤지컬 배우는 토크쇼 첫머리부터 질문을 던졌다.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누구인지 아시죠?” “아버지는 바흐요. 어머니는 헨델입니다.”

홍 배우는 일본의 한 신문사가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들어냈다면서 감춰진 이면을 들춰냈다. 바흐와 헨델은 1685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결혼 후 20명의 자식을 낳아 당시 정치의 중심인 교회음악을 통해 가족을 먹여 살렸다.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오페라 작곡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고, 사교성이 뛰어났다. 쇼핑을 좋아했고 평소 사치하는 성향이 있었다. 이처럼 강한 책임감을 앞세운 바흐는 아버지, 사치성이 강한 헨델은 어머니로 차별화했다. 홍 배우는 이런 왜곡된 성차별을 이른바 먼지차별에 빗대어 설명했다.

먼지는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느새 쌓이면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버지는 이런 사람, 어머니는 저런 사람으로 관습 지어 우리의 일상에 계속 주입하면 결국 세뇌가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 예로, 1882년 창립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창립한 지 100년간 여성단원이 없었다고 했다. 1981년에야 상임 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지원으로 첫 여성 단원인 자비네 마이어가 선발됐다. 하지만 보수적인 남성 단원들의 반발로 9개월 만에 그녀는 추방당했다. 이후 그녀는 솔리스트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유명한 오케스트라는 여성 단원들에게 오랜 유리천장(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이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이 되어서야 상파울루주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여성인 마린 알솝이 뽑혔다. 그리고 같은 해에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교향악단에 최초 여성악장으로 한국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씨가 임명됐다. 여전히 높은 유리천장을 극복하기 어려운 곳이라 생각이 든다권력에 의해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잠들게 되었고, 여성 스스로가 깨어날 수 없었던 기나긴 세월 동안 유리천장을 극복하고 희망을 일궈왔던 많은 음악가들이 있었기에 오늘도 좋은 소리로, 좋은 연주로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남과 여, 성이 아닌 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200여 명의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사회자로 알려진 최광기 토크컨설팅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콘서트라는 이름에 맞게 뮤지컬 배우 홍금단 씨가 바람의 노래로 문을 열었다. 정창권 교수는 한국 남자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조선시대 문학작품들을 통해 조선시대 남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충열 미술가는 미술속의 젠더를 가지고 왔다. 같은 역사적 사건을 두고 남·여 화가가 전혀 다른 시각으로 그린 두 가지 작품을 통해 성평등 문화를 이야기했다. 홍금단 뮤지컬 배우는 서양 음악사를 통해 여성이 받았던 차별과 성별 고정관념, 유리천장 등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거위의 꿈이란 노래로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인사과 이선규(43) 주무관은 무거운 주제로 알고 참석했는데, 콘서트 형식을 빌려 즐겁게 진행한 것이 너무 좋았다라고 했다. “유명한 여성 음악가가 없었던 이유는 실력이 아닌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1980년대까지도 오케스트라에서의 금녀의 벽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수질관리과 서영미(50) 사무관은 이황 선생과 연암 박지원 선생에 대해 가부장적이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됐다고 했다. “이황 선생의 부인이 지적 장애인이었고, 박지원 선생이 고추장을 직접 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랬다남과 여는 생물적 성(sex)의 구별이 아닌 인간의 관점(gender)에서 편견 없이 보아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성인지 감수성…

남녀 간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하며,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사건 등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

 

 

이지언·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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