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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신개념 남북경제협력 개성공단 답사기❷

경남 양산의 ()제씨콤(이하 제씨콤)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생산품목이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광통신업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2004년 당시 개성공단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시도였다. 제씨콤에 대한 심사는 미국과 남과 북 등 3자의 반응이 각각 다를 정도로 묘한 긴장감을 불러왔다. 그래서 입주도 사실 조건부 허가였다. 보안 등급이 낮은 부품으로 바꾸고 공장 부지도 분양 면적의 1/6 수준인 500평으로 줄였다.

필자도 개성공단을 찾아갔을 때 제씨콤은 일부러 피해갔다. 기자로서는 욕심이 났지만 제씨콤을 부각시켜 개성공단 전체에 긴장감을 높이는 일은 자제하고 싶었다. 그런데 북측으로 보면 당장 고급기술을 습득할 기회였기에 표정 관리가 필요할 정도였다. 실제 북측의 반응은 놀라웠다. 초기 파견 근로자 100명은 대부분 김책공대와 김일성대학 출신의 최고 엘리트들이었다.

 

양산 제씨콤 개성공단서 틀니 생산

북측 치기공사 30만 명 양성 의뢰

제씨콤은 이런 북측의 관심과 호응을 남북경협의 발판으로 다지려 애썼다. 기술이전이 곧 통일비용 절감이라는 애국심도 발동했다. OJC라는 전산기기용 커넥트를 판촉용으로 선물하며 북측과의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 갔다.

그러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치기공 기술을 이용한 틀니생산이었다. 틀니의 원료인 세라믹을 다뤄온 이재철(67) 대표로서는 감각적으로 바로 이거다 싶었다한다. 북측 근로자의 손기술은 예상대로 6개월 만에 수준급으로 올라왔다. 틀니생산으로 소문이 나면서 북측 주체사상연구회에서도 방문했다.

그 이후 북측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제의해왔다. 미대 조소과 출신의 젊은 근로자 30만 명을 보낼 테니 치기공 기술자로 양성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남측 기공사가 지도한다면 적어도 5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는 상생사업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2007년 북측은 평양구강병원에서 먼저 100명의 인력을 차출해줬다. 제씨콤측은 개성 시내 자남산호텔에 숙박시키며 1년간 치기공사를 양성했다. 당시 환율로 36억 원이 들었다. 평양에 틀니공장을 짓고 원산 등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가던 중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으로 무기한 중단됐다.

 

치과보건의료분야 남북협력 제안

이 대표는 최근 통일부에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남북치과보건의료분야 협력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4만 명의 치과의료 인력(의사, 기공사, 위생사)을 남측 기술진이 양성하는 내용이다. 치기공사의 경우 300명의 시범인력을 시작으로 2년간(교육 1, 실습 1) 1만 명을 배출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그는 현재 남한의 치기공사 34000여 명 가운데 65%가 사실상 실업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경남의 젊은 치기공 인력 등 남북 양측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양서 개성공단 출신 치기공사 활약

현재 평양에서만 제씨콤 개성공장에서 배출한 치기공 인력 500명 가운데 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10년째 북측 근로자들이 만든 의치를 사용하고 있다. 당시 개성산 인공치아는 남측 시중가격의 10%에 그쳤던 사실을 주목하면 가격경쟁력도 상당하다.

대북한 제재가 완화되고 개성산 치아보철물의 반입이 허용된다면 복지분야의 사회적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기대와 전망은 개성공단의 장점을 공유하지 못한 시각에서 보면 경계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치기공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북측 개성공단 학습효과 확산

그러나 통일은 긴 여정이다. 어쩌면 통일보다 평화공존의 기간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처럼 미리 온 통일을 공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난 2015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도로 인민경제개혁법이 수정됐다. 국영기업에서도 가격을 따로 제정할 수 있고 판매권이나 고용의 유연성 심지어 중소기업의 대외무역권까지 허용하고 있다. 소위 장마당 경제를 제한적이지만 허용한 것은 개성공단이 가져온 변화이다.

기업의 이득을 국가와 나누자고 하는 북한식 개혁개방을 바라보면서 우리 경남이 그리는 신경제지도에 남북경협사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이유도 더 분명해졌다.

(다음호에 계속)

·사진 최석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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