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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오늘은 소상공인, 내일은 중견기업

임진태 경남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임진태(50) 경남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그는 1995년 신혼 살림을 강원도에서 경남으로 옮겼다. 그의 경남행은 주말부부생활을 청산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아내의 고향에서 찾아간 첫 직장은 전기설비업체의 일용직이었다. 남다른 열심에 회사에서는 곧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칭찬도 들었다. 당시 80만 원이라는 급료를 받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사는 기쁨으로 빈자리를 채웠다. 그런데 기대하던 월급 인상이 무산되면서 당시 경남에서 꽤 이름난 전기설비업체로 옮겼다. 그 시절 창원의 성산아트홀 공사를 맡았다.

  

일용직에서 소상공인 사장으로 변신

경남으로 온 지 6년 만인 2001년 3월 전기면허, 설비면허를 바탕으로 회사를 차렸다. 총 밑천 600만 원 가운데 보증금 100만 원 반지하에 가족들을 옮겼다. 트럭과 공구를 구입한 뒤 2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향응을 겸한 회식을 했다. 인맥도 자본도 없는 초보 전기설비업체 대표가 잘 봐달라며 마련한 일종의 신고식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밤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일감이 늘어나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때였다. 회식 효과도 있었겠지만 신용의 위력을 경험한 사건 덕분이기도 했다. 성산아트홀 전기공사 이후 회사는 문을 닫았지만 개인적으로 A/S는 멈추지 않았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감을 물어다 주는 우군들이 늘어났다.

회사가 입소문을 탈 때 또 다른 기회가 왔다. 의약분업의 여파로 개업의들이 늘어나면서 병원 인테리어공사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실내건축, 디자인면허를 따고 실내인테리어도 시작했다. 2008년 금속구조물창호업면허를 땄고 STX협력사에 지정되면서 회사는 날개를 달았다. 소방전문면허도 땄다. 매출은 쑥쑥 성장했다. 2억 매출이 80억까지 치솟았다.

 

실패와 재기 거듭 3개사 운영 매출 40억 원

그런데 시련이 찾아왔다. STX 등의 조선경기 침체로 매출이 흔들렸다. 두바이까지 진출했던 해외사업에서 낭패를 봤다.

신용으로 따낸 115억 원대 해외사업도 영세기업에 대한 보증서 불발로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2010년 거래처에 갚아야 할 미지급금만 8억 원, 채권자들의 독촉에 시달리던 어느 날 채권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시간을 달라 애원했다. 이후 창원의 아파트형공장에서 재기에 도전했다. 전기분전반 등 조형물을 만들어 납품을 시작했다. 조달청에 조명, 소방업체로 등록했다.

그렇게 재기에 성공하면서 지금은 인테리어, 가로등 기둥, 간판, 금속구조물창호업, 조명 등을 취급하는 3개의 회사를 꾸리고 있다. 연 매출 40억 원에 직원은 80명에 이른다.

 

절전형 상품특허 중견기업을 꿈꾼다

최근에는 절전형 스위치와 조명설비로 특허를 냈다. 전등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전체 전력소모량의 38%에 이른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절전효과는 30%까지 기대한다. 그의 기대 매출은 최소 3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까지이다. 창원 IT기업과 시제품 테스트를 끝냈고 상품화 설계단계를 거치고 있다.

임 회장은 잘만 되면 중견기업으로까지 도약이 가능한 상품이라고 자신한다. 응용범위가 넓어 중앙제어장치가 필요한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대기업 등도 예상 고객이다. 밀양요양병원 화재를 보면서 긴급대피시설도 고안해 냈다.

이른바 화재안전캡슐이다. 화재 시 최대 70분을 매연 등 위협요소로부터 안전한 구조물을 건축물 사이에 끼워넣는 방식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병실 2개를 연결하는 비상통로이자 안전공간이다.

경남도 소상공인연합회와의 인연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다양한 종류의 소상공인 업종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경험과 시행착오까지 살려 동병상련의 자영업자들을 도와주고 있다. 소상공인의 입장을 말할 때 유독 그의 말투가 공격적인 이유도 자신이 소상공인의 대변자라는 책임감에서 나오는 것 같다.

임 회장에게도 사람이 최고의 자산이다. 지난 2001년 담보물 하나 없던 그에게 아이디어만 믿고 선뜻 2억 원을 대출해준 모 시중은행 간부와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글·사진 최석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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