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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남역사

[아하! 경남역사]알록달록 들녘아트, 녹색 캔버스를 수놓다

 

논이 커다란 예술 작품으로 변신했다. 푸른 벼 사이에 색깔 있는 벼를 심자 한 폭의 풍경화가 탄생했다. 벼를 먹거리로만 여기던 고정관념을 깬‘들녘아트(farm-art)’가 농촌의 또 다른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글 이한나 기자

논 위에 색색이 수놓은 예술 작품

벼가 무르익어가던 지난 9월. 하동 악양면 평사리 들판 한가운데 거대한 봉우리가 둥지를 틀었다. 온통 푸르른 논 사이로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이라는 글자가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다. 축구장 4개 넓이에 심어진 색깔 벼는 그야말로 녹색 캔버스 위에 수놓은 한 폭의 그림 같다. 하동군이 논에 군 로고를 새긴 것은 올해로 3년째. 일반적인 녹색과 검은색 벼에서 시작해 올해는 흰색과 노란색, 붉은색을 더한 5색 컬러로 장관을 연출했다.
창원시도 주남저수지 앞 들녘에 5색 벼를 심었다. 주남저수지의 상징인 철새와 연꽃, 시 캐릭터를 소재로 ‘창원 방문의 해’를 홍보하고 있다. 
김해시 봉하마을 들판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활짝 웃고 있다. 창녕군 등 많은 시군에서 즐겨 사용하는 홍보기법이다.

 

일반벼 기계이앙, 색깔벼 손이앙

수확 전인 10월까지 감상 가능

그렇다면 벼로 어떻게 그림을 그릴까? 먼저 글자든 그림이든 홍보 도안을 정하고, 경지 정리가 잘 된 논을 선정한다. 도로에서 볼 때 눈에 잘 띄는 곳이 좋다. 그다음 논 면적에 맞게 밑그림을 그린다. 여기서부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배경 부분에만 일반 벼를 심고, 그림 부분은 노끈으로 구분해 색깔 벼를 심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전체 면적에 일반 벼를 심고, 며칠 후 그림 부분만 솎아내 다시 색깔 벼를 심는다. 배경 부분은 기계로, 그림 부분은 손으로 이앙한다. 5월에 이앙한 벼는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져 8월 즈음 색이 절정에 달한다. 수확 직전인 10월 중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색깔 벼는 흑도(흑색), 황도(노란색), 홍도(붉은색), 자도(자주색), 백도(흰색) 등이 쓰이는데, 관상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맛은 없다. 수확한 벼는 동물 먹이나 내년 종자용으로 사용한다.      

자연친화적 시·군정 홍보기법

색깔 벼를 이용해 논에 그림을 그리는 이른바 ‘들녘아트’는 지난 2007년 밀양 경부선 철로변 논에 처음 조성됐다. 들녘아트 조성 기술은 농산물 수입 개방에 대응하고 우리 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했다. 
초창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차에 탄 승객들이 지나가다 보이는 논 그림에 감탄하고, 그 바람에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도 늘었다고 한다. 지자체는 물론 기업에서도 기술 이전을 받으면서 전국 곳곳의 논이 저마다 예술 작품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강릉 올림픽파크 들녘에 세 가지 색깔 벼로 그려진 수호랑과 반다비도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시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들녘아트가 직접 불러 오는 관광객은 적지만, 잠깐 스쳐도 이미지가 한눈에 각인되기 때문에 시정 홍보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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