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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위기 극복에는 밥심이죠!

‘정서방’의 도시락 봉사

 

코로나19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잖아요? 평소와 같이 해서는 안되죠.”

사천 남양동 소재 한식당 정서방의 정 현(32) 사장은 손님이 대폭 줄어들자 손님을 찾아가자는 생각에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 위기 타개책으로 삼은 도시락으로 기부봉사에도 나섰다.

      

관광객 끊기자 160석 대형식당 휘청

오전 7, 식당 영업시간치고는 이른 시간인데도 정 사장의 정서방은 이미 분주하다. 정 사장과 5명의 직원은 각자 맡은 일에 곁눈 한 번 주지 않고 움직인다.

그들의 동선에 따라 테이블 위에는 200개의 도시락이 착착 쌓여간다. 식당 차림표에는 생선구이 가마솥밥정식이 주메뉴지만, 지금은 도시락이 대표 메뉴가 됐다.

홀 넓이 363160석 규모인 정서방은 식당 위치가 창선·삼천포대교와 사천바다케이블카 인근이어서 주말이면 하루 대여섯 대의 관광버스가 들어올 정도로 단체 손님이 많은 대형식당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손님이 80% 이상 줄었다. ‘정서방은 도시락으로 코로나19 파고를 넘고 있다.

 

안 오면 우리가 간다도시락으로 숨통

외식업 5년차인 정 사장.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기에 소상공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을 내보내야 하나? 단순하게 생각하니까 그 수밖에 없는데, 그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같이 살아야지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도시락이다. 대면 식사를 피하고, 모임을 꺼리는 분위기라 도시락이면 매출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 사장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도시락 주문을 하면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의외로 도시락 배달업체가 드물더라고요. 평시 수준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위기극복 동참, 매일 50개 도시락 기부

도시락 배달로 매출에 숨통이 트이자 정 사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부를 시작했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점심 해결이 어려워진 아이들이 있다는 뉴스를 봤죠. 내가 하는 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좋잖아요?”

지난 3월 초 사천시의 도움으로 시내 6개 동 모두 50명의 결손가정 아이들을 소개받았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 정 사장이 6개 동 주민센터에 도시락을 배달하면 담당공무원이 아이들의 집으로 직접 배달한다. 5찬 도시락은 매일 다른 반찬으로 채워진다. 깔끔한 차림새에 식지 않도록 보온재로 감싸서 정성이 느껴진다.

 

매년 효잔치’, 이미 알려진 봉사업체

벌용동, 향촌동, 동서금동, 동서동, 선구동, 남양동으로 이어지는 도시락 배달길, 바쁜 걸음에 기계적으로 도시락을 나르던 정 사장이 향촌동 주민센터에서는 담당자와 잠시 환담을 나눈다. 알고 보니 향촌동 배달을 맡은 김은숙(34) 주무관은 정 사장의 부인. 복지직인 부인의 입김으로 도시락 기부가 시작된 거 아니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

정서방은 지역봉사단체와 함께 해마다 41000여 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잔치를 펼치는 등 규모 있는 봉사활동으로 이미 유명하단다. 김 주무관은 그래서 그런지 이번 도시락 기부가 그리 놀랍지 않았다고. “배달을 가면 아이들이 기다린 눈치여서 보람이 있죠.”

아내의 말에 정 사장이 쑥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올해 효잔치를 못하게 된 게 섭섭했는데 도시락 나눔으로 그나마 위로를 받습니다.”

      

정서방

사천시 진삼로 269 055) 835-5349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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