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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슈]천왕봉 괴짜 산행가 김요섭 씨, ‘위기극복 트리플 등정’ 성공

 

11시간 만에 천왕봉 3회 왕복

산길 30.6km 64000여 걸음으로 완주

지난 815일 새벽 220,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김요섭(63) 씨를 만났다. 한라산(1950m) 빼고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천왕봉(1915m)을 하루에 세 번, 트리플 등정에 나섰다. 그것도 12시간 이내 완주가 목표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감이다.

새벽3시 빠른 걸음으로 내딛는 그를 조금이라도 더 따라가려던 취재진(A, 이강래· 백남길)은 얼마 못가 포기해야만 했다. 350, 법계사를 통과했다는 취재진(B, 이지언·조세훈)의 연락을 받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제10호 태풍 크로사의 영향권을 뚫고 가는 중이다. 그런데 정상 600m 지점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앞을 분간하기 힘든 안개와 비바람 등 설상가상이었다
새벽 2시 법계사에서 먼저 출발한 정상취재팀(C, 차명길·이종해·배해귀)은 어느새 김 씨에게 추월당했다고 알려왔다. 이 순간, ‘그는 왜 산에 가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몰려왔다.

새벽 449, 그는 첫 등정에 성공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지리산 꼭대기에 홀로 선 그의 모습은 그저 상상할 뿐이었다.

이날 산행의 반환점인 칼바위에 또 그가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새벽 545! 4.1km, 최고 경사도 31.8%, 그것도 모두 조심조심하는 하산길을 1시간 만에 내려온 것은 뛰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취재진이 준비한 두 번째 등정복으로 갈아입고 2차 산행에 나섰다.(AM 05:55)

인터뷰가 아니면 더 빨리 떠났다는 말에 미안함까지 더해 또 안전산행을 빌었다. 법계사(AM 06:55)를 거쳐 두 번째 천왕봉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757!

올라가는 길에 내려가는 그를 보았던 등산객들은 정상에서 또 김 씨를 만나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며 줄줄이 기념사진을 요청했다. 두 번째 하산길은 장터목 쪽이었다. 법계사 코스보다 1.7km 더 먼 길이다. 아침 950, 가슴과 등에 위기극복, 2, 천왕봉 트리플 등정이라 적힌 녹색 옷차림으로 김요섭 씨는 칼바위로 또 무사히 돌아왔다.

 

천왕봉까지 2시간

법계사행 하산 1시간

이번에는 먹어야 걸을 수 있다며 김밥과 미숫가루, 얼음물을 챙겼다. 당연한 말이 왜 이상하게 들리는지 잠시 헷갈렸다. 배낭에 맨 딸랑이 컵도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반달곰을 만나고 난 뒤부터 안전장치를 단 것이라 설명하며 그는 또 세 번째 등정에 나섰다.(AM 09:56) 이날 그의 산행은 광복절을 맞아 천왕봉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이 하나같이 증인이 되었다. 중간 지점을 통과하는 시간도 그들의 목격담으로 구성될 정도였다.

망바위(10:37)법계사(11:15)천왕봉(11:54)장터목(12:19)유암폭포(12:38)”

이날 그의 기행을 지켜본 안재순(60·광주시 용봉동) 씨는 평지를 한 시간에 4km 걷는 것도 힘든데 그 사람은 괴물이라며 놀라워했다. 그 괴물(?)‘3’이라 쓰인 붉은 옷차림으로 칼바위(PM 13:30)에 들어서자 같은 교회 산악회원들은 봐라. 사실이지 않냐는 표정으로 자랑스러워 했다. (천왕봉 트리플 등정 흐름도 참조)

마지막으로 그의 몸에 찬 만보기를 확인했다. 31km 산길을 오르내린 그의 발걸음은 64766! 평균 보폭은 50cm, 평지와 다름없었다. 하산 시간(법계사 쪽 1시간, 장터목 쪽 1시간 40분대)을 오를 때보다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은 그의 뛰는 하산법에 있었다.

 

6년간 천왕봉 산행일지 기록 하루 4회도 성공

2014513일 처음으로 천왕봉에 올랐다. 쌀가게를 하면서 몸에 밴 기록습관 덕에 처음부터 그의 천왕봉 산행은 일지로 남아 있다. 그해 95일 첫 2회 왕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하루 2회는 300번을 훌쩍 넘었다. 2015828일 처음으로 3바퀴에 도전해 성공했다.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거쳐 칼바위까지 종주를 한 날은 천왕봉 3로 기록했다.

“20171027일에는 11시간 40분 만에 천왕봉을 네 번 갔다 왔죠. 올해 511일에는 종주를 2번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그의 산행일지에는 ‘56km(사실상 70km) 천왕봉 5로 환산해 놓았다. 6회로 기록해도 무방한 거리다. 부풀리는 것을 싫어하는 그의 성품을 보여준다. 매번 색다른 스토리텔링을 안고 있는 그의 산행수첩을 알기 쉽게 분석해봤다. (도표 참조)

 

산은 나에게 병원, 국민들께 위기극복 희망 주고파

그에게 물었다. “하루에 왜 3번씩이나 천왕봉을 오르느냐고?”

천왕봉이든 어디든 산은 나에게 병원이라고 했다. “입안이 자주 헐고 몸이 찌뿌둥하면 산 생각이 절로 납니다. 산에만 갔다 오면 신기하게 몸이 회복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산에 간다며 집을 나설 때 아내에게 병원 갔다 올게라고 인사한다. 어릴 적 배고픔을 달래주던 산은 이제 그에게 채움힐링을 선물해 주고 있다.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치고 이렇게 건강한 사람은 김 씨뿐인 듯하다.

올해 광복절에 트리플 등정을 작심한 것은 남달랐다.

최근 일본과의 관계나 나라 분위기나 모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래저래 어려운 일이 많으니까 저의 도전을 보고 국민들이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죠.”

사실 그가 하루 세 번 천왕봉 등정에 나선 것은 무려 16개월 만이다. 1000번 천왕봉 등정목표는 언젠가 이뤄지겠지만 트리플 등정 고수 김요섭 씨에게 아직 물어볼 말이 많이 남았다. 뛰듯이 내려와도 관절은 이상 없는지, 무얼 먹길래 6학년 3반의 나이에 하루 한 번도 힘든 천왕봉을 세 번씩 오르내릴 수 있는지, 그에게 의무적으로 대답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었다. 경남도청 인터넷방송에서도 그의 트리플 산행을 만날 수 있다.(다음호에 계속)

 

특별취재단

단  장: 김종순 공보관

출발팀: 최석철(총괄) 이강래(사진) 백남길(동영상)

중간팀: 이지언(취재, 사진) 조세훈(동영상)

정상팀: 배해귀(취재) 차명길(사진) 이종해(동영상)

지원팀: 강순익·김창환·백승훈 사무관(가나다 순)

 


 
 

최석철 편집장  사진 천왕봉 트리플 등정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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