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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슈]함양 어르신 놀이터 ‘여가그가’

운동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아따 좋네~!

 


 

행복한 노년을 위한 첫걸음은 단연 건강! 하지만 어르신들의 경우엔 간단한 맨손 체조할 공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어르신 놀이터가 각 지자체의 노인복지정책 중 하나로 등장했다. 경남에는 20217월 창원을 시작으로 고성과 함양까지 총 3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혹서기에도 문을 열고 있는 함양군 어르신 놀이터를 찾았다

백지혜  사진 유근종

 

흥 부자 어르신들만의 아지트

위로! 왼쪽으로!”

아따! 형님 와 그라요~ 이쪽으로 뻗치야지~.”

지난 7월초 제법 볕이 따가운 날. 현장에서는 강사 말에 반대로 행동해야만 하는 청개구리 게임이 한창이었다.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서로 틀린 것을 지적하느라 바쁘다. 좌뇌와 우뇌를 모두 쓰게 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청개구리 게임은 내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맞추면 잘했다고 웃고 틀리면 틀리는 대로 웃으면서 매 순간 눈 마주치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잠시 쉬는 시간, 황명숙(77) 어르신이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춘다. “형님들~ 내 춤추는 거 한 번 보소!” 머리는 희끗희끗해도 워낙 나이 많은 형님들이 많아 애교를 자처한다. 흥 부자를 이기는 장사는 없나 보다. 나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아이디어 회의 중 우연히 만들어진 명칭 여가그가

어르신 놀이터가 만들어진 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 경로당은 대한노인회 회원이 돼야지만 입회가 가능한데, 경남도 관계자는 은퇴한 60대를 비롯해 요즘 노인들은 경로당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어르신들만의 공간을 구상하던 중 타지역 쌈지 놀이터를 벤치마킹했다. ‘여가그가라는 특별한 이름이 붙여진 건 우연이었다. 당시 아이디어를 냈던 경남도 석용욱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오고 가실 수 있는 느낌을 살려 놀이터를 떠올렸는데, 사투리로 표현하면 재미있겠더라고요. 직원들과 대화 도중 툭 하고 튀어나왔죠. ‘그가 그가?’, ‘그가 거기가?’ 등 여러 개 있었는데 여가그가가 가장 호응이 좋았어요

라고 들려준. ‘여가그가여기가 그곳인가?”라는 뜻과 여가를 보내려면 그곳에 가야 한다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잔디광장·정자·운동기구 등 어르신 맞춤 놀이터

함양군의 여가그가는 공동묘지 터였던 함양 문화원 옆 공원부지 총면적 2411에 무대, 운동기구 등으로 조성됐다. 어르신 누구나 잘 보고 참여하시라고 큰 간판을 세우고 정돈된 잔디밭과 광장 사이에 무대를 놓았다. 운동기구 4종은 격한 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소근육과 균형감각, 유연성을 높이는 목적이다. 놀이터 양쪽에는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2개의 정자도 있다.

20226월 말 기준 함양군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3657명으로 전체 인구(38189)35%이다. 여성 노인이 다수(남성 5464·여성 8193)를 차지하고, 만성 노인성 질환을 겪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래서 함양군 여가그가에는 무리한 신체활동보다 조작, 율동 위주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2021년 설문조사를 통해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건강 운동과 노래 부르기, 공예 활동 등을 추가했다. 창원시(수시운영), 고성군(14)과는 달리 강사료와 간식비 등 운영비를 최소화해 횟수(40)를 대폭 늘린 점도 특징이다. 대한노인회 함양군지회(회장 여규상)가 위탁 운영 중이며,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놀이터를 찾는 어르신들을 위해 되도록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다.

 

고독사·우울증 예방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에 효과적

최고 연장자인 정말선(92) 어르신은 다리가 아파서 그렇지 나오면 얼마나 좋다꼬~ 이제 살맛이 난다니까라며 여가그가를 마련해 준 관계자에게 고마워했다. 뿐만이 아니다. 김 모(82) 어르신은 혼자 악착같이 4남매를 키워 출가시킨 후, 한숨 돌릴 무렵부터 심해진 무릎 관절염 때문에 작년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삼가면서 우울증이 심해졌는데, 이웃 추천으로 알게 된 여가그가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어르신들의 인기 강사 박선이(56) 씨는 보조 보행기를 끌고 기어코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러니 제가 더 힘이 납니다라며 홀로 어르신들을 자꾸 불러 모으면 고독사도 방지되고, 친구도 사귀어서 사회적 관계망을 활성화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가그가어르신들의 건강 100세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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