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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우리 가족이 좀 더 가족다워진 사연

 

 

 2014년 아빠가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아빠를 잃고 난 후 남은 가족들은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자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엄마 생신을 맞아 가족사진을 찍을 때도, 이사 후 집들이 선물 가지고도 사소한 다툼이 일어났다. ‘가족이니까 이쯤은 괜찮겠지하고 섣부르게 판단했던 모든 상황에서 우리 가족은 쉽게 부딪혔다.

우리 4남매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집을 떠났다. 각자 일터를 따라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가까이 있는 친구들보다 나을 게 없었다. 뭔가 방법을 찾고 싶었다. 아빠가 떠나시기 전에 더 많은 추억을 남겨놓지 못한 아쉬움까지 더하고 보니 책임감이 솟구쳤다. 나는 4남매 중 맏딸, K-장녀이기 때문이다. 2018년 엄마의 생신날, 마음을 먹고 일을 벌였다. “가족 신문을 만듭시다. 일단 내가 시작을 할 테니, 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보내세요!”

가족 모두에게 기자가 되기를 제안했고 누구든 기사를 보내면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시작했다. 매월 셋째 주 가족 기자들에게 기사를 모은 후, 둘째 동생에게 편집을 맡긴다. 편집본이 도착하면 최종 확인을 하고, 출력해서 각지의 가족에게 우편으로 신문을 보내는 것이 내가 맡은 역할이다. 2018111호를 시작으로 우리 집 가족 신문은 46호 발간을 앞두고 있다. 가족신문을 만들기 전과 후는 분명한 차이가 났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가족 이야기를 조금 더 알게 됐고 조카들 작품도 지면에 실으면서 행복감이 두 배로 커졌다. 올해로 일흔여덟이신 엄마도 매달 기사를 보내주시는데, 대부분은 내가 집에 간 김에 가져온 달력 뒷장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글이다. 처음에는 쓸 말이 없다. 글재주가 없다면서 투덜거리셨지만, 이젠 쓰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시는 듯하다. 어쩌면, 엄마의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걸지도 모르겠다.

4년 동안 빼먹지 않고 가족신문이 발행됐다. 우리는 조금 더 각자의 일상에 가까워졌다. 서로의 일상과 평소의 생각을 나누는 동안 46호 신문 속에 가족들 이야기가 쌓였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모든 것을 용서하는 만능 키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오해나 섣부른 이해를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게 한다. 가족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이제 곧 추석이다. 이번 추석에는 엄마를 도와 명절 준비를 얼른 끝내고 저녁에 달맞이 드라이브를 가야겠다.

     이창희(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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