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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특집·기획][특집] 웰다잉은 잘 사는 삶입니다

 

강사도 울컥했다. 아버지가 생각났단다.

아내와의 사별을 처음 공개한 수강생 신현근(72) 씨도 그 순간만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물밀듯 찾아든 그리움에 비명 같은 신음을 토해냈다. 여생의 마지막 계획, 버킷리스트를 발표하던 신 씨가 3년 전 아내의 임종 순간을 떠올린다. 경상대 병원에 시신을 모두 기증하던 아내를 따라 그도 전신기증에 서명했다. 홀로된 인생, 먼저 간 아내를 생각하며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하고 싶은 것 하며 살고 싶다는 그의 고백에 웰다잉 학교 동기생들이 큰 박수로 응원한다.

 

 인생의 마지막 숙제 버킷리스트

522일까지 매주 수요일 알프스하동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웰다잉 수업은 이렇게 강의와 실습, 발표로 소통한다. 취재진이 간 날은 20여 명의 7080 학생들이 버킷리스트와 인생 그래프를 발표하며 잘 살고 잘 죽는 법을 깨우치고 있었다.

박춘자(57) 강사가 센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살면서 행복을 느꼈습니까? 아니면 남을 행복하게 해준 적이 있습니까?”

수강생들이 주춤하자 남은 인생 무엇을 하며 살지를 결정하려면 자기에게 먼저 질문하라며 자연스레 버킷리스트 작성으로 넘어간다. 하고 싶은 일 사례로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라는 예문이 나오자 강사가 선수를 친다. “이것은 손자손녀와 키스하기로 바꾸면 되겠네요.”

웰다잉은 평생 준비하는 행복찾기

잘 살고 잘 죽고 이게 뭐 웰다잉 아닌가?’ 지난 3, 첫 수업을 할 때도 사실 수강생들의 마음에는 다 아는 것을 배워야 하나?’라는 반감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할수록 웰다잉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보다 오히려 지금 행복을 누리고 지금부터 행복을 축적하는 삶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웰다잉, 즉 우아하게 죽으려면 인생의 말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준비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의 연속이다.

수강생들이 모두 젊어 보이는 것은 나의 착시일까? “운전을 하고 싶었는데 70살이 넘어서 포기했다며 버킷리스트에 운전면허증 따기를 적어 넣은 수강생은 아무리 봐도 10살 아래로 보였다. 때를 놓칠세라 바로 옆에 앉은 남편 손용기(73) 씨가 내 평생에 잘한 것 3가지 중에 하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이라며 젊은 아내(?)를 치켜세우자 강의실에는 웃음이 넘쳐난다.

웰다잉 강의는 보통 10번을 기본으로 진행한다.(표 참조) 주제는 달라도 서로 연결돼 있다. 강사들도 보조강사를 자처하며 품앗이를 한다. 50대에서 70, 배우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력도 연령도 다양하다. 그런데 죽음을 당하지 말고 맞이하자는 목소리는 한결같다.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된 이후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한 대한민국 국민이 35000명을 넘어섰다. 법률 시행 1년 만에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국민도 11만 명을 초과할 정도로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한 존엄한 죽음은 주목받고 있다. 웰다잉은 단순히 임종문화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래서 웰다잉의 핵심은 생명존중이고 전 생애를 통한 교육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김광수 웰다잉협회 서부경남지부장은 강조한다.

 

웰다잉 교육 젊은 세대로 확산

경남에서는 지난해부터 웰다잉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진주 경남과기대는 교양과정에 웰다잉 수업을 신설했고 지난 학기에 10여 명이 수업을 받았다. 이 가운데 전문 강사에 도전한 학생들도 나왔다. 또 이번 학기에는 진주의 모 사립중학교가 웰다잉협회 서부경남지부와 공동으로 생명존중 수업을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자살예방 등에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에는 이미 3000여 명, 경남에서는 30여 명의 웰다잉 전문 강사가 위탁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최석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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