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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둔감력' 키우는 아침산책

오랜만에 느긋하게 아침 산책을 하던 날이었다.

호젓한 황톳길을 걸으며 이름 모르는 꽃들을 구경하거나 호수같이 조용한 바다를 내려다볼 때마다 출장 가서 보았던 뜨거운 모래로 덮여 있는 중동 국가와 황량한 아프가니스탄이 생각났다. 그때마다 ‘나는 참으로 복 받은 곳에서 살고 있구나!’라는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는데 나뭇가지에 매달려 팔랑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경고문이었다.

‘이 배나무는 선생님의 배(腹)를 채우기 위한 배(梨)가 아니기 때문에 맹독성 살충제를 살포해 두었습니다. 어제 맹독성 살충제를 또 살포했습니다.’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성묘객이나 마을 사람들만 다니는 산길인데 이다지도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다니! 말과 글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고 들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이윽고 시야가 탁 트여 넓은 바다를 볼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서 맨손체조를 하고 되돌아오면서, 조금 전에 떼어버리려고 마음먹었던 그 경고문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문득 일본 소설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말이 기억났다. 살아가면서 남에게서 모진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때로는 기분에 따라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둔감력(鈍感力)’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둔감력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니고 복원력에 가깝습니다”라고 조언한다.

나이가 들면 젊을 때는 예사로 넘길 수 있는 말도 예민하게 받아들여 섭섭해 하거나 마음을 상할 수 있다.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고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나에게도 둔감력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 경고문을 둔감력을 기르는 도구로 삼기로 하고 산책할 때마다 쳐다보기로 했다. 상쾌하고 기분 좋은 아침 산책길에서 둔감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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