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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코카서스 여행기 … '물의 나라' 조지아, 잊지 못할 풍경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지

여행을 다녀오면 어느 한 군데 기억에 남지 않는 곳은 없지만 조지아(Georgia)는 좀 특별했다. 조지아는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인구 400만의 작은 나라다.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코카서스 3국(조지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중 하나로 필자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나라였다.

조지아는 ‘물의 나라’다. 8000년 전 와인을 담갔던 크베브리(Qvevri·점토 항아리)가 발견돼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지로 알려진 나라다. 마침 여행 중 와이너리에서 점심을 먹으며 귀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조지아 와인은 우리들의 김장독과 같이 독을 묻어 그 속에서 숙성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조지아 특유의 크베브리 와인 제조법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중세도시 시그나기, 동굴도시 바르드지아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은 인상에 깊게 남는다. 조지아의 첫 여행지, 해발 800m에 있는 중세도시 시그나기(Sighnaghi)는 경이로웠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마음 졸이며 오르다 보니 산은 싹둑 깎여 있고 널따란 평원에 도시가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1772년에 조성된 중세 유럽풍의 도시로, 코카서스 산맥과 알라지니 계곡을 굽어보고 있다. 200~300년이 훨씬 지난 붉은색의 고풍스러운 집들과 미로처럼 느껴지는 골목길을 걸어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를 기웃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서 약 2시간 반을 달리면 절벽을 깎아 만든 거대한 고대 동굴도시 바르드지아(Vardzia)에 도착한다. 산 중턱에 수백 개의 동굴이 있는데 전시에는 4만5000명이 생활했다고 한다. 동굴도시 한가운데에 어섬션(Assumption) 교회가 있는데 아름다운 벽화와 조각의 흔적이 있어 ‘종교의 힘’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므츠헤타(Mtskheta)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쿠라강과 아라그비강이 합류하는 곳으로, 2~5세기에는 조지아의 수도였다.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녀 니노(St. Nino)가 세운 즈바리(Jvari) 교회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의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세계문화유산 ‘성 삼위일체 대성당’

조지아 여행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성 삼위일체 대성당’이다. 포장길과 비포장길을 번갈아 달리는 차에 몸을 맡기고 오르면 흙먼지가 뿌연 길을 지나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절로 감탄사가 나오거나 말문이 막히거나 둘 중에 하나다.

해발 2107m 고지에 고고하고 성스럽게 서 있는 교회가 바로 카즈베기 ‘성 삼위일체 대성당’이다. 성당 뒤편으로는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카즈베기산이 또 한 번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런 감동도 잠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마을이 마치 동화책 속의 한 페이지처럼 자리잡고 있어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성 삼위일체 대성당’을 뒤로하고 내려오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에 카메라 셔터를 자꾸 누르게 된다. 

 

글·사진 이성용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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