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기사교류

[기사교류]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12월의 木, 소나무

 

인생의 동반자 소나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14)에서 46%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았다.

척박한 땅에서 꿋꿋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수천 년을 함께한 민족의 유전질이 녹아 있는 나무이다. 한민족의 표상 소나무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오죽하면 소나무에서 나고 그 속에서 살다 소나무에 죽는다는 말이 생겼을까?

출산을 하면 부정한 잡귀를 막고자 대문에 금줄을 치고 솔잎을 꽂았다. 혼례식 때도 청실홍실로 장식해 대례상에 올렸다. 소나무는 한 잎자루에서 두 개의 잎이 나고, 낙엽으로 떨어질 때도 함께 떨어져 흙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소나무는 음양수(陰陽樹)로서 부부애의 상징이 됐다.

새 집을 지어 안택기도를 올릴 때에는 대문 앞 길 양쪽에 황토를 깐 후 소나무 가지를 세워서 부정을 막았다. 죽을 때도 소나무로 만든 관이나 칠성판으로 세상과 이별한다. 무덤가의 소나무는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해준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인생의 시작에서부터 세상을 떠난 후에도 소나무와 인연을 맺어왔다.

 

강인한 기질, 우리 민족성과 닮아

우리 민족의 기질을 닮은 소나무는 척박한 땅과 기이한 바위 위에서도 잘 자라며 늘 푸르기 때문에 기암창송(奇巖蒼松)’이라 한다. 경남 하동 지방은 섬진강 모래와 함께 청송백사(靑松白沙)’라는 별칭을 얻었다. 우리 산하에 잘 어울리는 민족의 상징물이자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소나무는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나무로서 선()의 분위기에 알맞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也)

추워진 연후에라야 소나무 잣나무의 시들지 않음을 안다

-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서 -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왜 굽은 소나무가 많을까?

동량지재(棟梁之材)’는 집의 대들보처럼 한 사회나 나라의 중심인물이 될 사람을 말한다. 대들보급 나무는 굽은 나무가 아니다. 따라서 곧은 나무는 벌목해 집을 짓는 등 생활도구로 사용했기에 굽은 나무만 살아남게 됐다. 굽은 나무에서 떨어진 종자가 굽은 나무를 만드는 유전적 원인도 있다. ‘굽은 나무 선산 지킨다는 속담은 동량지재만큼이나 유익하게 쓰인다.

 

초목의 군자상록침엽교목

굳은 절개와 초목의 군자로 불리는 소나무는 상록침엽교목으로, 높이 30~40m 정도로 자란다. 잎은 짧은 가지 위에 두 개씩 모여 나며 침형이고 길이는 8~10cm 정도이다. 수피는 적갈색이고 오래된 나무는 거북등처럼 갈라지며 흑갈색을 띤다. 새 가지는 황적색으로 매끈하다. 구화수(毬花穂·송백류의 배우자체를 생산하는 생식구조, 소나무의 솔방울 등)는 암수한그루로 증식은 9월 종자채취 후 노천매장했다가 봄에 파종한다.

속명 피누스(Pinus)는 켈트어로 을 뜻하며 종소명 덴시플로라(densiflora)밀생한 꽃이라는 뜻으로 암구화수를 강조한다. 이름은 송(), 적송(赤松), 육송(陸松), 송절(松節)에서 유래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솔나무, 정목(貞木), 출중목(出衆木), 백장목(百長木), 황장목(黃腸木), 소오리나무, 송유송(松油松), 자송(雌松), 청송(靑松), 날씬한 여성의 몸매에 비교해 여송(女松)이라고도 부른다.

 

시련 극복 상징, 애국가 속 남산 소나무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의 소나무는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는 의지의 상징이다. 태종 11(1411) 1월에 대장, 대부 등을 동원하여 20일 동안 남산 등지에 소나무를 심은 기록이 있다. 600년이 넘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남산의 소나무 조림 기록이다.

남산 위에우뚝 서 있던 수백 살 먹은 그 소나무는 어디로 갔을까? 한국전쟁 때도 서울의 상징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지금 남산은 여러 가지 나무가 섞여 있다. 하지만 그 속의 소나무는 도심 공해 속에서 여전히 독야청청한 남산의 소나무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놓은 소나무는 전국 13. 우리 고장에는 합천 화양리 소나무(천연기념물 제289), 함양 목현리 구송(천연기념물 제358), 의령 성황리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9), 거창 당산리 당송(천연기념물 제410), 하동 송림(천연기념물 제445), 하동 축지리 문암송(천연기념물 제491)이 있다.

청도 운문사의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를 비롯해 고흥 월정리 해안방풍림, 단종의 비극을 안고 있는 영월 청령포의 관음송, 금강송을 대표하는 울진 소광리 소나무, 섬의 이름을 따서 안면송이라 불리는 안면도 소나무 등은 이 시대의 보물이다.

경남도청 본관과 신관 사이에 특이한 소나무정원이 있다. 1984년 창원시대 개막기념으로 경남에 자생하는 육송과 해송 220그루를 옮겨놓은 작은 소나무숲이다. 경남의 대표 소나무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야외결혼식 장소로 추천한다.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나무는 자신을 위해서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그 그늘이 부모든 선생님이든 우리는 누군가의 그늘이 있기에 살아간다. 그러나 나무는 끝까지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고 누군가를 위한 그늘을 만든다.

필자가 초목을 공부하며 평생 배운 교훈이라면 나무는 어떠한 조건도 탓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기다릴 줄 아는 미덕과 나눔을 일깨워 주는 나무야말로 정신적 존재라는 것이다. 백년도 못살고 떠나가는 나그네 인생들에게 소나무가 주는 교훈은 크다 하겠다

 

연간 기획 ·따라 경남 한 바퀴독자 여러분들께 아쉬운 작별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고장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에 대하여 독자들과 함께 긴 여행을 했다.

뒤돌아보니 여러 장면들 속에서 그 장면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산소 같은 미학을 가지신 최석철 편집장님, 달빛처럼 부드럽게 원고를 정리해준 황숙경 기자님, 청아한 마음을 가진 이한나 기자님, ‘지리산 구상나무의 추억을 함께 한 이지언 기자님께 감사드린다.

그동안 아낌없는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수백 년 된 노거수들도 우생마사(牛生馬死)’의 삶으로 살았기에 지금도 여전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독자님들께서도 언제나 자연친화적 삶을 영위하시고 건강하시며 늘 평안하시길 기원한다.


·사진 나영학 한반도식물자원연구소장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