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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명절에 더 그리워지는 고향

 

저는 한국에 정착한 지 17년 된 중국 출신으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창원에서 중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친척소개로 만났는데 인상이 너무 선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친척도 없고 언어나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아이들을 병원을 데려가거나 공부를 봐주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남편과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오해가 쌓이기도 했고 화가 나도 말싸움도 어려웠습니다. 아이를 낳은 후에는 명절 때 이웃이 고향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고향이 그리워져서 눈물을 흘렸던 적도 많았습니다.

 

한국에 와서 17년 동안 고향은 3번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식당을 운영하며 고향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한더위가 조금 누그러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더욱 고향 생각이 많이 납니다.

 

중추절은 중국 4대 명절 중 하나로 월석(月石)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중추절이 되면 중국도 한국처럼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즐겁게 지냅니다. 여성들이 주로 음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다 함께 모여 단란하게 밥과 월병을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 나눕니다. 월병을 먹고 달을 향해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중국에서는 추석에 월병을 많이 먹습니다. 월병은 달을 본떠 만든 것인데 대추, 팥앙금, 야자열매, 과일, 고기 등 다양한 소가 들어가고 금으로 만든 월병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많이 성장하고 아이들도 훌쩍 자라 한국이 저의 안식처입니다. 혼자서 장사하는 것이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만족합니다. 많이 벌진 못해도 친정엄마 용돈, 두 아이의 학비,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1년간 시어머니 용돈도 드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중국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과 친구들이 있어서 기쁩니다.

 

아이들 방학과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는 친구들을 보면 고향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아버지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한 장 밖에 없네요. 추석에는 엄마 생일이 있어서 효도를 못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큽니다. 중국에 있는 가족들 사진을 보며 월병 먹으며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한소정(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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