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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미안하다. 엄마도 바리캉은 처음이라…

 


 

누가 둘째는 거저 키운다고 했는가? 그렇게 순하디 순한 둘째가 돌을 기점으로 흑화하여 그 누구도 당할 자 없는 천하의 고집쟁이가 되었다.

첫째는 그래도 머리를 안자르겠다고 떼를 쓰지는 않았는데, 둘째는 미용실이 유난히 낯선 모양인지 미용실 가까이에만 가도 자지러지게 우는 게 아닌가? 늘 이발은 시도도 못하고 뒤돌아서 나오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난 후, 엄마인 내가 직접 손에 바리캉을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미용기기 사용이 처음인 내가 설명서를 꼼꼼히 정독한 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야심차게 머리 중앙부터 바리캉을 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이는 미용실에서만큼 자지러지게 울지 않고 얌전히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대신 그 자리에서 내가 울고 싶었다. 삭발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6mm용 칼날을 착각하는 바람에 3mm로 시원하게 머리 중앙에 도로를 뚫어버렸다. 맙소사, 그 도로는 너무나도 선명하여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거리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마다 입을 대면, 진땀을 빼면서 그 속사정을 설명해야 했던 그 당시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웃기고도 또 너무 슬프다. 지금은 아이들 머리 손질에 나름의 숙련자가 되었지만 첫 시작의 강렬한 경험을 교훈 삼아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바리캉을 잡고 있다. 아들아~! 미안해, 엄마도 바리캉은 처음이라.

 

김은영(김해시)

위 작품은 경남도가 주최한 ‘2023 임신·출산·육아이야기 공모전사진일기 부문 대상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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